사람은 누구나 “사랑”이란 걸 한다. 작은 아이 때부터 죽음을 목전에 둔 순간까지 언제 어디서건 사랑이란 걸 한다.
그런데 내 나이 60이 되어서야 지금까지 사랑의 실체를 알지 못했음을 알아챘다.
나는 또래보다 늘 10년 정도 늦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체로 50세 정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될 것 같다.
“사랑”에 대한 착각
흔히 사랑은 감정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사랑의 감정을 도파민이 교감신경계에 전달되면서 일어나는 본능적 신체 반응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호르몬 작용인 사랑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 정도가 된다. 일부 종교학자들은 전생의 인연(業)이나 습(習)으로 인해 대상에 대해 무의식적 끌림이 일어나면서 사랑의 감정에 빠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죄와 벌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무조건적인 희생이며 지고지순한 이타적 감정으로 생각한다.
사랑을 포함한 모든 감정이란 냉철한 이성적 판단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의 실체는 “이해되지 못함”이다. 더구나 하나의 감정에는 넓은 스펙트럼이 있고, 대부분 복합적이고 융합적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구분하여 단언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사랑을 할 때 대체로 소유 욕구 또한 동반하는데, 마치 “스토커”처럼 이기적 욕심이 사랑을 증폭시키고 있다면 그것을 더 이상 “사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강신주는 그의 책 “감정수업”에서 다양한 감정을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분류하여 해석∙설명하고 있는데, 나는 글을 읽는 중에도 그 감정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정의할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 두뇌의 인식과 사고에 의한 개념이나 논리는 모두 생존 본능에 따라 만들어지는 자의적 왜곡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감정 또한 본능적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 사랑의 경험을 떠올려 살펴보자.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색깔이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사랑에 빠지면 느낌과 감정은 동일할까? 혹은 다시 과거와 유사한 상황이 온다면 또다시 그런 사랑에 빠지게 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사랑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일까?
사랑은, 어떤 유형의 사랑이던, 사랑은 변할 수 없다. 변한다면 그것은 내가 “이해되지 못한 사랑”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실체를 알기 원한다면 한 걸음 물러나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조건으로 일어난 어떤 감정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그 상황에 왜 개입해서 어떤 작용이 일어났는지 살펴야 한다. 아마도 지천명(知天命)인 나이 50이 되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 겪게 되는 들불처럼 번지는 열정적 사랑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매 순간은 체험의 과정으로 소중한 것이다.
은퇴를 하면 새로운 “사랑”을 해야 한다
명상을 하면 평안한 여유가 만들어지고, 그러면 지금까지 일상에서 지나쳐버린 소소한 상황들의 실체를 알아차릴 수 있다. 애써 노력해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그냥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때 그동안 쓸모없이 흘려버린 시간이 드디어 소소한 가치들로 가득해진다. 그리고 소소한 가치들의 본질은 놀랍게도 “연결(관계-상호작용-흐름)”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실체다.
“사랑”은 우주원리이며 모든 생명체의 본질이다. 그래서 “사랑”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지천명(知天命)인 나이 50에는 이렇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은퇴와 명상
은퇴를 하면, 이제 명상을 시작해야 한다.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즐길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제 명상을 해야 한다. 매 순간이 새롭게 사랑을 체험하는 삶이 시작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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