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은 늘 순서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의 여정은 늘 순서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내 뜻이 따로 있어 홀로 외딴곳에 집을 짓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소리쳐 부른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고 이리로 와야 한다고 말이다. 얼핏 들으면 마치 모두가 “예” 할 때 홀로 “노”를 말하며 때를 기다리는 진보적인 사람처럼 보일 것 같다.

삶은 내가 바라보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내가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명확해야만 현실로 연결된다.

이 말은 삼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는 다가가기 어렵고 객관적 이해와 수용이 없이는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체를 이해하면 내가 어떤 형태의 부분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스며든다. 우리는 모두를 구성하는 작은 부분들이기 때문에 자의와 타의를 따질 것 없이 스스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모두를 위한 나이거나 혹은 모두의 내가 아닌 먼지 같은 나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별 볼 일 없을수록 더 유리하다. 이는 사회적인 개념이 아닌 존재 자체가 가진 특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사회는 늘 언제나 선착순을 외쳐 댄다. 밤낮으로 전력 질주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어 쓰레기 인생으로 살아가게 될 거라 위협하면서 말이다. 집이든 일터든 학교든 어디든 똑같은 구호를 외친다.

모든 이들의 삶의 여정은 생명의 시작과 동시에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때에 맞는 흐름으로 전개되는데, 유독 머리 좋은 인간들만 때를 제 맘대로 정하며 살고자 한다.

귀에서 피가 나게 듣는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어긴 대가를 톡톡히 치르면서도 우리는 늘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향해 기를 쓰고 내달린다. 흐름 안에 있으면서 흐름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자연의 흐름은 응당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 한 치의 망설임도 기다림도 없이 말이다. 냉정하게 들린다면 자신의 시선이 홀로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에게 중요한 흐름은 돈과 물질의 흐름일 것이다. 그것이 만든 세상이라 배웠고 답습하며 살고 있다. 마치 몸 안에서 세포 일부가 비정상적인 음흉한 암세포들로 바뀐 것처럼 그 몸집을 거대하게 키우며 스스로를 위협하고 있다. 세포의 변이는 적절하지 않은 음식이나 불필요한 에너지의 축적이 만든 결과이고, 이를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포기하기 쉽지 않아서 패턴으로 자리 잡는다.

이것이 인간이 만든 자연 속의 흐름이다. 자연의 일부가 병들어 만든 흐름이다. 그 흐름이 주류가 되어 더 갈 곳 없는 곳에 억지로 길을 내려 한다. 그것이 진보 된 사고이고 더 나은 삶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일까? 누군가를 밟고 오르면서, 올라도 오를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밟는 액션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마지막의 공포를 떨치기 위함일까?

순차적인 진화의 과정 안에는 다소 과격하고 두려운 모습도 담겨 있다. 순리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 모든 건 역시 자연의 흐름 안에 있다. 모든 것들이 태어나 성장 이런 것을 하는 과정을 자신의 체험으로 알았듯 그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과정은 더 먼 시선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우리가 달렸던가? 꼼짝없이 바닥에 등을 대고 엄마가 주는 젖을 절대 양식으로 취하면서 수 개월이 지나야 몸을 뒤집으며 힘이 생겼음을 가늠하는 시기가 온다. 그리고 무언가에 의지해 일어났다가 아장대며 걷고 달릴 수 있었다. 바깥으로는 몸의 성장으로 때를 알려 자연이 준 선물의 의미를 알게 했고, 안으로는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모든 것들을 빠르게 수용하도록 진화 시켰다.

그런데 아쉽고 안타깝게도 우린 그 의미를 다르게 해석했고 이기적으로 사용해 왔다. 그 결과로 모든 흐름이 끊겨 본능적 흐름대로 뒤죽박죽 흘러 끼리끼리 뭉쳐졌으며 모든 것들이 제각각 존재하게 했다.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로 흐르던 유일한 흐름이 끊겼다. 서로를 잃었고 나도 잃게 되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하고 어디에 사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은 바로 서로를 이어 거대한 흐름으로 존재했던 자신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무엇을 얻었다 한들 이 세상에 나는 늘 고립되고 외로울 수밖에 없다. 겨우 얻은 것이 전부를 버리고 달랑 그 무언가를 하나 가진 것이다. 그것이 막대한 돈이 된들 그것으로 잃은 것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오만과 착각이다.

어느새 푸르던 하늘이 눈시울을 붉히다 검은 빛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채워 바라보는 이들의 깊은 존재의 본성을 살며시 일깨운다. 어쩌면 아직도 우리에게는 돌아갈 힘과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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