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겐 함께 지내고 있는 반려견 세미라는 친구가 있다. 함께 산책을 나서면 거리마다 사람들이 잔잔히 흐르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걷곤 하는데 어찌 보면 그건 내가 산책하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어른, 아이 남녀노소 조물조물 곳곳에 어우러져 알록달록 재미있는 풍경은 가끔 정지된 듯 머릿속에 사진처럼 찰칵 찍혀 버퍼링 오류처럼 한참을 그 안에서 맴돌곤 한다. 그러고는 아이들과 함께 보던 ‘ 월리를 찾아라 ‘ 라는 추억 속의 책으로 빠져든다.
‘ 이 미로 같은 삶의 풍경 안에서 나의 친구 윌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지? ‘
눈앞을 빠르게 스치는 많은 사람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 웅성대며 신호등 앞에 모여 서 있는 사람들…. 나는 횡단보도를 걸으며 세미를 재촉해 안전하게 길을 건너고 나서 곧바로 윌리를 찾아 눈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차분한 보라색 니트에 따뜻한 느낌의 짙은 회색빛 줄무늬 바지를 입고 톤을 낮춘 핑크색 양말에 갈색 구두를 신은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좀 촌스러우려나…. ㅋㅋㅋ 상상의 세계는 언제나 즐겁다 ㅋㅋㅋ 그렇게 나의 산책길은 분주히 지나간다.
나의 삶 가까이 누군가가 함께하고 있다면 좀 더 맘을 열고 서로를 느껴 보면 좋을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동료도 있고 싫어하는 엑스트라 1.2, 3 등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함께라는 소규모 범주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대화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가까이 머물러 있다면 그들 중 어쩌면 내가 늘 마음에서 찾던 진정한 나의 윌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저자 마틴 핸드포드의 의도는 이 책을 통해 혼잡함 가운데 무수히 많은 작은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상상력을 자극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관찰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어쩌면 마틴은 우리들을 더욱 깊은 삶의 미로로 밀어 넣고 순간마다 선물처럼 내게로 오고 있는 바로 “당신”을 발견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어떤 의도였든 나에게 윌리는 바로 “내 앞에 마주 선 당신”일 것이다.
나의 오감은 둔하기 이를 데 없어 사람들 속에 숨은 당신을 발견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나에겐 또 다른 눈이 있어 당신이 발산하고 있는 청명하고 밝은 햇살 같은 아우라를 발견할 수가 있다.
나의 눈이 다른 곳을 바라 보고 있어도 또 다른 나의 눈은 그렇게 당신을 찾아내고야 말 것을 알고 있다. 숨은 보석 같은 당신을 찾는 과정은 나를 잘 연마해 반짝이는 보석이 되게 한다. 그리고 당당히 당신 곁에 나란히 설 수 있게 한다. 발견의 기쁨은 곧이어 반짝이던 서로가 더 커다란 하나의 아우라 모습으로 변하게 한다. 마치 태양 안에서 수소들끼리 서로 만나 헬륨으로 변신하면서 탄생한 엄청나게 밝은 빛 에너지처럼 말이다.
복잡한 삶의 한가운데서 나의 당신을 이렇게 만난다는 건 만남의 목적 보다 나를 반짝이는 보석으로 탄생시키는 과정들에 의미를 더한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소중한 만남은 이런 과정을 통해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상엔 무수한 분자들의 혼합체들이 서로 다른 성격과 용도로 규정되어 혼재하면서 태생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안정 되거나 혹은 주변의 환경적 원인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게 되는데 어떤 형태든 그 모든 것들의 근본적 최상의 상태는 충돌과 소멸보다 합하여져 더 안정된 구조로 존재하길 원할 것이다.
우주의 모든 근원적 상태는 늘 언제나 모든 것을 포용하는 순순한 사랑의 상태이므로 구성될 모든 존재의 상태 역시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분자 혼합체가 당신이라는 분자 혼합체를 만나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순수한 사랑의 구조를 형성해서 한 낮의 눈 부신 태양보다 더 밝게 빛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무수한 시간을 돌고 돌아 바로 ” 당신 “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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