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작은 호수 석촌호수에 와 봅니다.

잔잔한 가을을 깊게 눌러쓰고 알록달록 호수를 감싸 안은 나무들과 그 사이로 정겨운 그들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느슨한 바람처럼 군데군데 머물러 정적을 이루다가 슬며시 퍼지는 미소로 물들어 갑니다.

소리 없는 새들이 삼삼 오오 모여 모이를 나누고 흐르는 듯 멈춘 듯 호수의 깊고 푸른 물결이 은빛 모스 부호로 떠다닙니다.

깊은 상념에 빠진 한 사람과 그의 곁을 한결같은 시선으로 지켜주는 사랑스러운 견공 쎄미.

누군가 다가와 살며시 손을 내밀어 줍니다. 깊은 상념보다 갑자기 나타난 낯선 손길이 가끔은 반갑습니다.

견공의 꼬리곱터가 곧 날아갈  듯 휘돌고 낯선 그들에게서 감동과 사랑스런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이 대목에 박자를 지그시 누른 가슴이 설레는 재즈음악을 틀어 봅니다. 우리 함께 근사한 춤을 춰 볼까요~~

이 가을 내 손을 잡아줄 나의 파트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요ᆢ

낯설지 않은 환경에서 만나는 낯선 만남은 오래전부터 이미 깊은 이야기로 흐르고 있었고, 어느 순간 나도 그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마치 박하사탕을 입에 넣고 “하~” 하고 허공에 향기를 불어준 것처럼, 누군가의 박하 향이 내게로 다가와 온몸에 기분 좋은 상쾌함으로 퍼져 나갑니다.

“낯섦”에 다른 이름을 붙여 보기로 합니다. “박하향”.

올려다본 푸른 하늘에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길게 뻗은 롯데타워가 곧 날아오를 것 같은 우주선처럼 웅장하게 서 있습니다.

천천히 호수를 따라 걸어봅니다. 호수가 천천히 따라 흐릅니다.

나무 사이로 어스름한 저녁이 내리고, 내일이면 못 볼 오늘의 석촌호수를 지그시 바라보며 그렇게 오늘을 한 장 한 장 담아 놓습니다.

석촌호수의 가을이 오늘 밤 깊은 어둠 속에 사라질 예정입니다.

혹시 내일 석촌호수를 만나게 되더라도 오늘 만난 호수에 대해 묻지 말길 바랍니다.

오늘 밤 깊은 가을로 사라지고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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