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렇게 되었네요.
밤이 길어서도 아니고 잠이 안 와서도 아닌데 깊은 밤 깊은 곳에 그만 홀로 와버렸네요.
내 방은 오직 나만 있는 방이라 거리낌 없이 서성일 수 있지만 간혹 문밖 무언가의 기척을 듣게 될까 봐 조금 조심스러워요.
홀로 머무는 이곳은 머리맡 작은 등불이 따사롭고 정겨워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려놓고 가만히 귀 기울이니 나를 감싸안은 정적이 이리 아늑한 줄 이제야 알았어요.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한 실크로 짠 옷이 부드럽게 온몸에 착 감겨 소중한 사람이 되어 존중 받고 사랑 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인기척 없는 고요한 밤 홀로 정적에 안기니 괜스레 행복해지는 이 마음은 뭘까요?
오롯이 홀로 지나가는 이 밤이 대낮처럼 환해 하루의 노고도 잊고 방 안의 이곳저곳과 눈을 마주치며 비로소 인사를 나눕니다.
모두 꼼짝도 안 하고 온종일 저를 기다렸다고 하는데요? 제가 언제쯤 혼자가 될지 기대하면서 말이예요.
늘 생각과 대화하고 감정과 옥신각신하며 몸을 바삐 움직여 아무리 말 걸고 싶어도 틈이 없었다고 볼멘소리로 바라보네요.
정말이지 그들이 저를 그렇게까지 기다리고 함께 하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지는 상상도 못 했지 뭐예요?
어쩌면 태양이 저녁쯤 조명을 낮추며 제게 암시했었을지도 몰라요.
저는 단순히 돌고 도는 세상 속에서 숨바꼭질하듯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그의 멋진 뒷모습에 그저 감탄했을 뿐 전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거든요.
아ᆢ어쩌면 그래서 긴 밤을 남겨 놓고 사라진 것 같아요 ᆢ
한낮의 조명이 꺼지고 모두가 잠든 이 밤이 저를 비로소 깨울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같아요
오늘은 저와 함께 홀로 깨어 있는 분이 분명히 계실 것 같네요.
저처럼 태양의 배려를 이제야 조금 알아차리고 아이처럼 기분 좋아 방실방실 미소 짓는 이 마음을 분명 함께 공유 중일 누군가를 저는 압니다만.
너무 좋지 않으신가요?^^
홀로 이 밤을 통째 누리고 있는 이 마음을 말이지요.
어느새 또다시 그가 올 시간이 벌써 가까워지고 있어요.
홀로 깨어있음이 진정 너무 행복해도 우리 유령처럼 살진말자구요.
연기처럼 긴 숨으로 사그라들고 이른 아침 눈 부신 태양의 부름을 받더라도 우리 숨지 말고 가벼운 윙크로 하이 파이브 하는 거로.
그럼,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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