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토요일 아침,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곧장 함박눈이 내리기에
그리운 님 만난 듯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디카페인 커피 한 잔 핸드 드립을 준비하는데
그만 눈이 그쳐버렸습니다.
“커피 향으로 옛 노래 음미하는 여유로움”이
말 그대로 봄 눈 녹듯 사라져버려
새삼 “무상”은 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임을 알았습니다.
더구나,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녹아
아지랑이 되어
하늘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렇게 꿈처럼 떠날 거면
차라리 봄, 여름, 가을을 참고 견디고
먼 훗날 추운 겨울 새벽 눈으로 와
허망한 봄은 잊어버리고
길고 긴 날 밤낮으로
하릴없이 둘만의 사연 도란도란 나누면
생을 넘고 넘는 그리움으로 남을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