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

 

남쪽 울타리 아래 키다리 코스모스 세 포기

여름날 짓궂은 바람에도 하늘하늘 용케 버티며

연잎에 물방울 맺듯 작은 꽃봉오리 하나둘 키워내더니

드디어 진홍이며 분홍이며 하얀색으로 물든 꽃잎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속으로 점점이 스며들었네.

 

작은 바람에도 별스럽게 살랑대며

여기저기 꿀벌이며 나비들 부지런히 불러 모으더니

꽃잎 떠나보낸 자리마다 뾰족한 씨앗이 거뭇거뭇 익어가고

이젠 제법 엄마 티가 나서

느긋하게 흔들거릴 뿐 위태롭게 하늘거리지 않는다.

 

한때는 꽃잎 한 장 만질라치면 한사코 손길 피하더니

웬일인지 손등이며 팔뚝에 몸을 비비며 걸음을 붙잡는다.

‘알았어, 알았어.

곧 여물면 곱게 따서

내년 봄, 볕 잘 드는 곳에 심어 줄게.’

 

할 일 끝낸 코스모스 늦은 밤 귀뚜라미 반주에 기대

깊고 긴 겨울잠 얘기 가만가만 자장가로 들려준다.

‘괜찮아, 아무 일 없어.

눈뜨면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 거야.

느낌 따라 살아가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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