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블럭 3-인어들의 요새

” 수나! 멍하니 뭐하고 있는거예요? 차에서 안내리고? ”

갑자기 시야에 G블럭이 비쳤다. 눈을 깜빡이자 점점더 선명해진다. 어떻게 된거지??  깊은 숨을 내쉬자 모든 것들이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갑자기 세계가 확 넓어진 이 느낌은 뭘까…..   같은 공간 다른 이 느낌.. 모든것들은 그대로다.

원래 이렇게 넓은 세상에 살고 있었나 싶게 오밀조밀 숨막혔던 공간들이 시원하리만큼 숨통이 열렸다.  왠지 모르게 몸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고 햇살은 더없이 평화롭다. 아주 잠시 여기가 천국일까? 하는 마음이 불쑥 일어난다.

햇살이 온몸으로 쏟아져 내린다. 시원한 빗줄기 아래 서 있는것처럼 온몸을 관통하는 빛줄기가 뜨겁지 않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묘한 느낌.. 가만히 눈을 감는다..

세상이 정지된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갑자기 숨이 훅 들어오고 머릿속에 검은 터널이 펼쳐진다. 검은 점들이 빠르게 움직이는 터널 속으로 그만 얼굴이 쑥 들어가 버리고 숨이 멎을것같은 밀도 높은 공간은 나를 검은 점처럼 어딘가로 빨아들이고 있다. 쫀득한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이 동시에 느껴지는 공간을 회오리치며 빠르게 움직이는동안 내 모습은 그 검은 점처럼 낱낱이 흩어져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빛이 번쩍이다 사라지고 심오한 느낌의 이곳은 깊은 심해 인가?… 피부속으로 몽글거리는 물방울 같은 것들이 후욱하고 스며들었다.  이곳은 사람 같기도 하고 물고기 같기도 한 존재들이 빼곡하다… 신화에서나 볼법한 모습들이 밀도 만큼이나 빼곡한 느낌이다.

긴 머리를 휘날리는 말 머리에 잘록한 허리 그리고 긴 지느러미를 하늘거리며 물속을 종종 거리듯 횡보한다.  거친 느낌의 각양 각색의 동물 머리에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달고 물속을 종횡무진 하는 저것들은 대체 뭐지??

뿐만 아니라 상어같은 얼굴을 가진 동물은 되려 크기가 작고 물 속에서 한뼘만한 두 발이 마치 모터라도 달은듯 빠르게 걷듯이 날아 다닌다.

정말이지 그 숫자 만큼이나 다양해 우숩기도 하고 징그럽기도 한 모습들이 한가득 채워져 있고 각기 자기들 일상에 몰두해 있다. 그들중 가장 높은 곳에 인어들이 당당히 서 있었다. 금발의 긴 머리를 치렁이며 가장 높은곳에서 긴 창처럼 생긴 무기를 들고 근엄히 서서 내려다 보고 있다.

동화에서나 봤던 인어는 아름답던데 이곳 인어들은 어딘지 살벌하다.  그 모두를 관리하고 부리고 있었으며 마치 양떼를 몰듯 그들을 이리 저리 몰아가며 일을 시키며 목적한 바를 수행한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자 마치 한꺼번에 수면제라도 먹은듯 일제히 죽은듯 깊은 잠에 빠졌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전의 부선함은 사라지고 한순간에 적막이 가득했다

위로 올라가니 인어가 눈을 하얗게 뒤집고 꼼짝도 않고 서있다. 자고 있는 걸까?… 그 모습이 석고 조각상처럼 단단하고 무겁게 느껴진다.  두개의 가슴이 여성이라고 느끼기 어려울만큼 작고 밋밋하다.  곳곳에 포진된 인어들의 모습이 장군처럼 위엄이 있다.

사람의 몸통을 지닌것까진 동화스러운데 등 부분에 두겹의 날개가 한쌍으로 접혀있고 하반신이 꽤나 날렵하게 생겼다. 긴 꼬리 가까이 작은 구멍이 나 있는데 작은 뭔가가 그 안에서 꼬물 거린다. 우웩! 그냥 징그럽단 느낌에 토가 쏠려 울컥 토하니 조그마한 물고기같은것이 하얗게 질린채 튀어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적막한 이곳에 홀로 깨어 마치 도둑처럼 살금대며 움직이는 자신을 주체할수가 없다.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물도 잠들고 모두가 잠든 이 순간 난 어디로 어떻게 갈수가 있는걸까?…..

난 어느새 작은 인어의 모습으로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달리 날개도 없고 머리색도 검은색으로 다소 통통한 모습이다. 긴 꼬리 지느러미 가까이 그들과 달리 눈에 띄게 큰 구멍이 나 있는데 마치 숨을 쉬는것처럼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한다.. 역시 징그럽긴 마찬가지….

머리 위로 펼쳐지는 깊은 하늘의 빛은 꺼지지 않을것처럼 푸르다. 그리고 완벽하게 차려 놓은듯한 깊은 심해같은 이 곳은 갖가지 신기한 생명들이 가득하다. 신비롭다 못해 두려워진다.

여기에도 내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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