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 여성이 회사를 대표해 프랑스로 파견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미국 드라마 ”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참으로 다채로운 이야기와 화려한 색채로 눈과 머릿 속에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이들의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됐던 한편 한편은 시즌을 거듭하며 미국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다채롭게 출연하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눈여겨보게 한다.
복잡 미묘한 연애사는 물론이고 끊임없이 파트너를 갈아 치우며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열정은 한국 정서와는 사뭇 다른 것이라 처음 보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미리 복선처럼 읊조려 본다.
아무튼 이리 복잡한 연애사 이면에는 주인공들이 원하고 바라는 성공이 헛된 야망만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러움이 닥쳐 올 때마다 기적 같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무게의 대소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잘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이게 중요한 팩트인데 그들이 하나같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중심을 잃지 않았고 늘 그 안에 있었으며 억지로 생각하고 짜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심취해 그것과 하나 되면 나아갈 길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인공 에밀리는 결혼을 생각할 만큼의 남친이 미국에 있었고 프랑스로 파견되자마자 남친이 장거리 연애는 거절한다며 재깍 손절하는 시련을 겪는다. 그것도 잠시, 한 아파트에 사는 섹시가이 쉐프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 역시 동거녀 여자 친구가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여친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면서 이 사랑 이야기는 이때부터 미궁 속을 헤맨다.
이 미국 드라마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칫 난잡한 성생활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그 부분이 흥미로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흥미가 깨지면 뻔한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어서 난이도가 상당히 있다고 미리 말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물이 그렇듯이 자신이 현재 어느 시점에 있느냐에 따라 모든 것을 달리 받아들이듯 이 미국 드라마 역시 막장 멜로 드라마로 전락 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인생은 무수한 이야기를 지닌 여행이라는 관점으로 집결되면 한결 세련되고 재미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가 아님을 너무나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는 영화인 것이다.
요는 누구를 어떤 환경에서 만나든 그때의 이유가 늘 있고 그때 그 연결은 생각지 않은 결과를 만들지만 그 결과의 과정엔 숨겨진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을 평생 내 곁에 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랑의 형태가 아니라 사랑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메시지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그 경로의 형태에 그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랑 자체를 경험하는 중이다.
사랑이라 부르는 모든 관계는 결국 사랑 이란 무엇인가에 봉착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만남과 헤어짐이 연속인데 그 과정은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고 느끼고 알아 가는 과정이어서 어느 경험도 헛되지 않다. 다만 여기엔 전제가 있는데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 순수한 사랑은 스스로를 열어두고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미국 드라마는 사랑 안에 거래를 숨겨 놓고 눈속임하는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사랑 자체를 폄훼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다. 한 끗 차이로 외줄 타듯 이야기는 속사포처럼 전개된다.
주인공 에밀리는 현재 4시즌을 통틀어 네 사람과 사랑을 경험한다. 사랑은 흑백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그 경계인 회색 지대에 살고 있는 프랑스 여자 상사나 동료들의 삶을 통해 자유롭게 사랑하되 상황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에밀리는 사랑에 깊이를 더해 간다.
에밀리의 성숙해짐은 일로도 성공적으로 이어진다. 일복은 많은데 남자 복이 없다고 말하는 에밀리의 모습에서 늘 습관처럼 하던 일이 마음으로 깊숙이 들어오면서 오래된 친구가 되어 서로가 독립된 개체로 또 서로가 의지하는 관계로 즐기는 삶으로 안내받는다.
에밀리는 미국에서 파리로 그리고 다시 이탈리아 로마로 종횡무진하며 마치 닥치는 대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패턴처럼 묘사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의 모습이다.
형태가 남녀라 흥미진진하지만, 남녀를 뺀다면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일 뿐이고 짜릿한 말초적인 감각 대신 따뜻한 마음이 대신 한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감동은 더하고 내 삶을 더 먼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에밀리와 그 친구들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그렇게 우리들을 각자의 삶으로 빠져들어 끊임없이 나를 발견 하게 한다.
다만 파트너를 마구마구 바꿔야 인생의 깊이가 살아난다는 의미가 아니니 요건 알아서 거르고 보리라 믿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가슴으로 시청하며 스스로 깊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아낌없이 맛보는건 어떨까?
지금 사랑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화려하고 맛깔난 재미와 더불어 인생의 깊이를 더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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