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오랜 인연이 있다.
무수한 시간이 흐르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해왔어도
다시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오래된 감정 속으로 빠져든다.
놓지도 흐르지도 못한 채
서로를 끌고 당기며
반복되는 굴레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하지만 인연이 깊어지면
시간의 틈은 사라지고
순간순간 서로가 함께 존재하게 된다.
시간이 흘렀다고
오랜 인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삶이 포개어져
보지 않아도 늘 보고 있는 듯하고,
자주 만나지 않아도
매일 만나는 사람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서로의 삶 안에서
스스로를 둥글게 다듬으며 함께 흐른다.
시간 속에서 서로를 다듬어온 관계,
우리는 그런 인연을 오래된 인연이라 불러야 한다.
그래서 그 관계는 부드럽다.
아무리 부딪히고 치대어도
티끌 하나 남지 않는다
한바탕 바람이 스쳐간 뒤처럼 고요하다.
스스로 품어온 오해와
오만으로 덧씌운 시선을 흘려보내고,
높게 세운 자신의 자리를 낮추며
끝없이 자신만을 찾아 헤매던 어리석음과 이별해야 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비워내어
더없이 부드러운 몸짓과
사랑이 담긴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찬서리와 된서리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묵묵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 기다림이 뜨겁게 녹아내릴 때,
비로소 깊은 오랜 인연을 만날 수 있다.
더는 서로의 허물로 다치지 않고
깊은 곳으로 흘러들어
서로를 보듬는다.
서로를 위해 낮은 곳에 머물며
우러르듯 바라본다.
꽃이 피는 자리만 향기로운 것이랴.
꽃을 품은 자리 또한 그윽하다.
오랜 인연은
세월 속에 오래도록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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