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어 다시 지구별에 태어난다면,
오솔길 없는 시베리아 숲속 작은 잣나무로 살아가리라.
새하얀 눈빛으로 눈부신 낮이면
애써 두 눈 꾹 감고 긴 선잠에 들고
작은 토끼며 귀여운 다람쥐들
무리 지어 놀며 지나가도 눈길 주지 않으리.
늦은 밤 수리부엉이 날아오르면
그제야 슬그머니 홀로 깨어나
흐르는 구름 틈새로 스미는 가느다란 달빛으로도
마냥 행복할 수 있으리.
그러나 빼곡한 숲 사이사이 바람결 타고
미처 맺지 못한 인연 하나 둘
알 수 없는 오랜 그리움으로 스치면,
그때는
나 어쩔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