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0월 4, 2026
Home STORY 화평의 창 패랭이꽃-2

패랭이꽃-2

3

 

너를 만나러 가는 시간, 오후 3시.

 

점심 가볍게 먹고,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옷깃을 매만진 다음, 정원에 나가 네 앞에 쪼그리고 앉지.

 

대나무처럼 마디를 곧추세운 우스꽝스러운 모습 아직도 흐트러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되바라지게 가슴을 딱 편 채 해가 뜨고 져도 관심조차 없는 도도함. 볼수록 지난날의 내 모습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필연이야. 네 이름은 서민적이고 내 이름은 대중적이지. 네 본명 석죽화(石竹花)도 어울리지 않고 내 예명 화평(華坪)도 어색해. 앙증맞게 이쁜 너와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나, 잘 어울리지 않아?

 

나이 들어 만나 마음 나눈 친구, 패랭이. 이젠 오후가 외롭지 않아. 눈발 날리는 겨울에도 오후 3시가 되면 옷깃 세우고 너의 빈 자리에 쪼그리고 앉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