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늦잠에서 깨어나
꿈결처럼 펼쳐진 안개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다.
수은등 불빛 아래 워털루 브리지(Waterloo Bridge) 난간에 기대
마냥 그를 기다리는 여주인공처럼
울타리 옆 키다리 코스모스가 옅은 안개 조명 속에서
가녀린 자태를 아스라이 드러내며 영화는 시작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안개는 점점 강으로 밀려나고
페이드-인으로 선명해지는 코스모스는
마침내 그를 발견한 여주인공의 미소로 내게 다가온다.
두 팔 벌려 휘감아 안으려는데
어느새 강 너머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안개가 미심쩍게 쳐다보고 있다.
곧이어 시린 햇살이 모든 것을 까발리고
아내가 밥 먹으라 부르면서
한바탕 드라마는 끝이 난다.
1) 여주인공 : 영화 「애수(Waterloo Bridge)」의 비비안 리를 모티브로 했다.
2) 페이드 인(Fade-in) : 화면에서 서서히 밝아지며 본 영상이 나타나는 전환 효과
KBoard 댓글 알림 :: content_uid=null, content_uid값은 필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