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월 6, 2026
Home STORY 화평의 창 파장(罷場)

파장(罷場)

11

 

늦은 오후 가평 오일장

마지막 다섯 무더기를 남긴 야채 장수 김씨는

이미 충분한 것 같은데 좀처럼 거둘 기색이 없다.

 

과일 장수 박씨는 절반 넘게 남은 좌판을 접으며

늦기 전에 막걸리나 한잔하자고 부인 몰래 흥얼거리는데

동네 흰둥이가 그런 박씨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박씨 눈에는 김씨가 나이 들어 많이 변했다.

여기저기 아픈 곳은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좋다 하고

말이 줄어든 아내가 자기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좋다 한다.

오늘은 살랑이는 바람으로 햇살이 따스하니 참 좋다고 이상한 말을 하더니

이제는 발길 뜸해진 파장 분위기마저 좋다 할 판이다.

 

내년 봄 남해 바닷가 마을에서

느릿느릿 야채 트럭 하나 보이면

장터를 아들에게 넘기고 유랑 떠난 김씨 부부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