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가평 오일장
야채 장수 김씨가 마지막 다섯 무더기를 앞세우고
이미 충분한데도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절반 넘게 남은 옆 과일 장수 박씨는
흥얼거리며 좌판을 접으며 막걸리나 한잔하자는 눈짓을 보내고
그런 박씨를 빈둥거리던 동네 흰둥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김씨는 나이 들어 모든 것이 좋았다.
여기저기 아픈 곳은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좋았고
말이 줄어든 아내가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좋았고
살랑이는 바람이 있어 따스한 만추의 늦은 햇살이 좋았고
이제는 발길 뜸해진 파장 분위기마저 좋아질 판이다.
천상 놀고먹을 팔자는 못 되니
남해 바닷가 마을에서 부부 야채 트럭 하나 보이면
아들에게 장터를 넘기고 유랑 떠난 김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