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생각 없이 패랭이꽃 씨앗을 사서 뿌렸더니
어느 날 봄보리처럼 초록 새싹들이 빼곡히 솟아올랐다.
동족상잔의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얼른 마당 여기저기 옮겨 심었다.
그날부터 유심히 보게 되었다.
패랭이는 대나무처럼 작은 마디를 곧추세워 자라는데
첫 모습이 가을 다할 때까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작은 덩치에 콤플렉스가 있나 싶을 정도로 기상이 남다르다.
꽃의 기세는 더 대단하다.
하늘을 향해 되바라지게 가슴을 딱 편 모습이
멸망을 앞둔 작은 나라의 공주처럼
대단한 것 하나 없는 도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해가 떠고 지는데는 관심 하나 없고,
꿀벌과 나비에게도 구애의 손짓 하지 않는다.
한 포기에 얼마나 많고 맺고 또 오래 피는지.
한 놈이 지면 옆 놈이 피고,
그놈이 지면 또 그 옆의 놈이 피는 모양이
이어달리기 마라톤이다.
행실이 범상치 않아 알아봤다.
서민이 쓰는 ‘패랭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고절함이 선비의 갓 이름도 아깝지 않은데 어찌 서민의 꽃이 되었을까?
속까지 까발려 내보이는 저 당당함이 버거웠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부터 군자의 꽃에 하나를 더해 오군자(五君子)라 한다.
펜을 내려놓는데, 화들짝 놀랐다.
패랭이의 꼿꼿함은 혹시 내 콤플렉스가 아닐까?
꽃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 호들갑을 떤 건가?
내일도 오군자일지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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