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26, 2026

고향

0

또,

가을입니다.

동네 어귀가 보이는 둔덕에 올랐습니다.

그때처럼 억새 눈발이 가만히 날립니다.

옛 뭉개구름도 지나가네요.

다들 무심하게 흐릅니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이 그런 거니까요.

낮에 뜬 초승달이 노을 속으로 스며듭니다.

한밤이 되기 전에 바삐 산을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달만은 모르는 척하지 않네요.

멀리서 마지막 버스가 보입니다.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걸 보니 오늘도 오지 않습니다.

그날처럼 흙먼지라도 남기고 가면 좋을 텐데요.

세상 밖으로 밀려난 것쯤은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님의 부재에 눈물이 납니다.

지금은 참아야 합니다.

엄마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 짓는 연기가 가늘어지고 있습니다.

서둘러 알밤 몇 개 주워야겠습니다.

그리움을 남기고 갑니다.

둔덕에,

여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