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을입니다.
동네 어귀가 보이는 둔덕에 올랐습니다.
그때처럼 억새 눈발이 가만히 날립니다.
옛 뭉개구름도 지나가네요.
다들 무심하게 흐릅니다.
그래도 서운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바람이 그런 거니까요.
낮에 뜬 초승달이 노을 속으로 스며듭니다.
한밤이 되기 전에 바삐 산을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달만은 모르는 척하지 않네요.
멀리서 마지막 버스가 보입니다.
멈추지 않고 지나가는 걸 보니 오늘도 오지 않습니다.
그날처럼 흙먼지라도 남기고 가면 좋을 텐데요.
세상 밖으로 밀려난 것쯤은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님의 부재에 눈물이 납니다.
지금은 참아야 합니다.
엄마가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 짓는 연기가 가늘어지고 있습니다.
서둘러 알밤 몇 개 주워야겠습니다.
그리움을 남기고 갑니다.
둔덕에,
여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