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나의 아바타
나의 친구, 나의 아바타가 눈물 짓습니다. 덩그러니 홀로 머문 이 세계가 외롭고 그리워 하염없이 눈물이 납니다. 우리 서로 같은 모습으로 나오면 하나일 줄 알았는데 모습이 같아도 여전히 나는 홀로 있습니다.
나의 친구, 나의 아바타의 눈을 바라봅니다. 멀뚱히 딴 곳을 향하고 있는 두 눈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지난날 우리가 약속한 모든 것들은 남김없이 사라지고 그대는 마치 우리가 처음 마주친 것처럼 나를 잊고 낯선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이곳저곳을 함께 여행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듣는 내내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이야기만 계속 해달라고만 합니다. 그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인 걸 모르고 다른 아바타처럼 해맑게 웃기만 합니다.
웃는 모습이 오래전 그 모습을 닮았더군요. 웃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소리 내어 웃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내 마음 가득 기쁨이 흘러넘쳤습니다. 그리고 눈물도 흘러넘쳤습니다.
나의 눈물을 바라보던 그 아바타의 얼굴 속에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스쳐갔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낯선 듯 낯설지 않게.
우리가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았던 어느 날, 우리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약속을 했었습니다. 우리가 어느 날 헤어지더라도 다음에 만날 땐 잊지 말고 같은 모습으로 서로를 찾아오자고. 서로를 잊지 말자고 눈을 바라보며 깊은 약속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랜 시간을 만나지 못했고 서로의 시간 속에서 서로를 잊고 살아가다 우연이란 시간이 우리를 서로의 앞에 데려다주었습니다.
깜빡이는 눈 속에 그날의 기억이 섬광처럼 스치며 닫혀 있던 눈이 커다래졌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나와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오랜 친구가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오랜 친구는 그저 눈을 말똥이며 쳐다보고만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모습이 달라졌다고 서로를 기억해 내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그 눈빛, 그 밝고 깊은 눈빛이 달라져 있습니다. 서로를 품어 늘 하나로 공유되어 흐르던 자연스러운 눈길이 무엇 때문인지 긴장과 두려움으로 막혀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으로 나의 오랜 친구는 이렇게 내 앞에 서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고 시간을 찰나로 쪼개어 무수한 카드놀이 하듯 끊임없이 기억의 장면들을 불러내어 이야기로 설명해 주었습니다. 너무 놀라지 않게 아주 조금씩.
기억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끝날 것 같지 않은 시간 속에 이어지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시간 속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주 조금씩 공감이라도 할 때면 한달음에 하나가 될 것 같다가도 서로의 환경의 자리로 돌아가고 그곳의 풍경에서 낯선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무너져 내리며 기억하고 있는 스스로를 그대로 때려 부수고 무너뜨려 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끓었습니다.
알게 된 것이, 마주하게 된 것이 기쁨이 아닌 괴로움이 될 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세상에 덩그러니 홀로 서서 돌아보지 않고 바라보지 않고 타인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 곁에 있는데,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데, 서로를 쓸어주며 한 곳을 향할 수 있는데 우리는 지금 타인이 되어 서로의 환경에서 무의미한 시간 속에 짤막한 기억에 의지해 지금을 살아간다고 믿으며 살아갑니다.
나의 친구, 나의 아바타…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대를 기다릴 겁니다. 이 공허한 시간을 끝없이 묶어 접어놓으며 언제나 그랬듯 그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대가 아무리 먼 곳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해도 둘러둘러 다시 나에게로 올 것을 믿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래 분리되지 않는 하나였고 아무리 멀리 간다고 해도 그 끝엔 내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