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의 창

패랭이꽃

  별생각 없이 패랭이꽃 씨앗을 사서 뿌렸더니 어느 날 초록 새싹들이 봄보리처럼 빼곡히 솟아올랐다. 동족상잔의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얼른 마당 여기저기 옮겨 심었다. 유심히 지켜보게 된 것은 그날부터였다.   패랭이는 대나무처럼 작은 마디를 곧추세워 자라는데 첫 모습이 가을 다할 때까지 흐트러지지...

가을 아침 로맨스

  가을이면 늦잠에서 깨어나 꿈결처럼 펼쳐진 안개 속으로 빠져들 때가 있다.   수은등 불빛 아래 워털루 브리지(Waterloo Bridge) 난간에 기대 마냥 그를 기다리는 여주인공처럼 울타리 옆 키다리 코스모스가 옅은 안개 조명 속으로 가녀린 자태를 아스라이 드러내며 영화는 시작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안개는 점점 강으로...

다시, 봄

  남쪽 울타리 아래 키다리 코스모스 세 포기 여름날 짓궂은 바람에도 하늘하늘 용케 버티며 연잎에 물방울 맺듯 작은 꽃봉오리 하나둘 키워내더니 드디어 진홍이며 분홍이며 하얀색으로 물든 꽃잎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속으로 점점이 스며들었네.   작은 바람에도 별스럽게 살랑대며 여기저기 꿀벌이며 나비들...

지구별에 다시 태어나면

    나 죽어 다시 지구별에 태어난다면, 오솔길 없는 시베리아 숲속 작은 잣나무로 살아가리라.   새하얀 눈빛으로 눈부신 낮이면 애써 두 눈 꾹 감고 긴 선잠에 들고 작은 토끼며 귀여운 다람쥐들 무리 지어 놀며 지나가도 눈길 주지 않으리.   늦은 밤 수리부엉이 날아오르면 그제야 슬그머니...

봄 눈은 늘 꿈으로 온다

청명한 토요일 아침,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곧장 함박눈이 내리기에 그리운 님 만난 듯 기쁜 마음으로 서둘러 디카페인 커피 한 잔 핸드 드립을 준비하는데 그만 눈이 그쳐버렸습니다. "커피 향으로 옛 노래 음미하는 여유로움"이 말 그대로 봄 눈 녹듯 사라져버려 새삼 "무상"은 저 먼...

봄날

매번 그리움으로 만나 아쉬움으로 헤어졌던 봄. 이제 내 마음 평안하니 봄의 그리움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다만 삶이 흐를 뿐이네. 먼 훗날 문득 평안함마저 넘어서면 아련해진 어릴적 그 많은 봄날을 다시 만나려나.

“도마복음 강의”를 읽고 “반야심경”을 떠올리다

  최근 오쇼가 쓰고 류시화가 번역한 책 “도마복음 강의”를 읽었다. 과거 두세 차례 성경 읽기를 시도했으나 작심삼일로 실패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웬일인지 이번에는 술술 읽혔다. 도마복음으로 전하고자 한 예수의 말씀이 “절대적 믿음”이 아니라 “깨달음”이라고...

우주의 실체, “사랑”의 깨달음에 대한 생각

우주의 실체와 본질은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이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된 전체로써 하나”임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현상이란 “사랑의 작용으로 드러난 것들”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서로 연결된 삼라만상이 상호작용으로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이...

다반사

파장(罷場)